트래픽이 몰리는 순간 게이트웨이는 마지막 안전망이 됩니다. 제한을 너무 빡빡하게 걸면 정상 사용자도 막히고, 너무 느슨하면 백엔드가 먼저 무너집니다. 그래서 레이트리밋은 공정성을 보장하면서도 안정성을 잃지 않는 선으로 설계해야 하고, 짧은 피크를 흡수하는 버스트 제어가 함께 작동해야 합니다.
1) 왜 지금 레이트리밋과 버스트 제어인가
클라우드 비용은 초 단위로 올라가고, 외부 연동 API는 예고 없이 느려집니다. 레이트리밋은 특정 사용자나 앱이 자원을 독점하지 못하게 하면서, 시스템 전체가 감당 가능한 속도로 요청을 흘려보내는 장치입니다. 여기에 버스트 제어를 더하면 짧은 트래픽 솟구침은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지속적인 과다 사용은 자연스럽게 제동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정상 사용자는 매끄럽게 이용하고, 과부하는 초입에서 차단됩니다.
2) 알고리즘 선택: 상황별 베스트
현실에서는 하나의 알고리즘으로 모든 상황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초당 일정 속도로 토큰을 충전하고 남은 토큰만큼 순간 폭주를 허용하는 토큰 버킷은 대부분의 API에 무난합니다. 반대로 꾸준한 배출률로 버스트를 평탄화하는 리키 버킷은 스트리밍이나 웹훅처럼 일정한 흐름이 중요한 곳에 어울립니다. 요청 수를 분 단위로 제한하고 싶다면 슬라이딩 윈도우가 고정 윈도우보다 공정성이 좋습니다. 실무에서는 보통 “초당 토큰 버킷 + 분당 슬라이딩 윈도우”를 겹쳐서 순간 피크와 지속 과부하를 동시에 다룹니다.
3) 키 설계가 곧 공정성
제한을 어떤 단위로 걸지 정하는 순간 공정성이 결정됩니다. 인증된 환경이라면 테넌트 → 앱(client) → 사용자(sub) 순으로 키를 구성하고, 공개 엔드포인트는 IP를 보조 지표로 씁니다. 비용이 큰 엔드포인트는 토큰을 더 소모하도록 가중치를 부여해야 “가벼운 읽기”가 “무거운 리포트”에 밀리지 않습니다. 요금제나 파트너 등급이 있다면 티어별 한도를 분리해 약속한 품질을 보장합니다. 읽기·쓰기·관리성 API를 같은 버킷에 섞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4) 버스트 제어: 사용자 경험과 안정성의 접점
제한만으로는 좋은 경험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배포 직후나 캐시가 비어 있는 구간에서는 트래픽을 천천히 열어 주는 웜업 곡선이 필요합니다. 게이트웨이 앞단에서 수십 밀리초의 대기열을 두어 순간적인 물결을 평활화하면 429 오류 대신 짧은 지연으로 흡수할 수 있습니다. 백엔드가 흔들리는 신호(p95 지연 상승, 5xx 스파이크)가 감지되면 서킷브레이커가 버스트 한도를 즉시 낮추도록 연동하세요. 재시도가 많은 작업은 Idempotency-Key로 중복 실행을 차단하면 된다섯 번째 폭주를 예방합니다.
5) 분산 환경에서의 정확한 계산
게이트웨이가 여러 인스턴스와 리전에 흩어져 있다면 카운팅 자체가 일관돼야 합니다. Redis나 유사한 분산 KV를 이용해 O(1) 증분을 구현하고, 매우 정확한 집계가 필요하면 슬라이딩 로그/버킷을, 초대규모면 샤딩과 근사치를 병행합니다. PoP마다 별도 한도를 두거나 글로벌 공유 버킷을 둘지 정책을 미리 정하고, 서버 시간 편차로 윈도우 경계에서 불공정이 생기지 않도록 시간 동기화를 엄격하게 유지합니다.
6) 429 UX와 재시도 정책
제한에 걸렸다고 경험이 나빠질 필요는 없습니다. 429 Too Many Requests와 함께 Retry-After를 명확히 내려주고, X-RateLimit-Limit/Remaining/Reset을 노출해 클라이언트가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도록 돕습니다. SDK에는 지수 백오프 + 지터를 내장해 같은 순간에 재요청이 다시 몰리지 않게 하고, 작업 특성상 재시도가 위험한 엔드포인트에는 클라이언트 단 보호 로직을 추가합니다. 설명 가능한 429는 불만을 줄이고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게 합니다.
7) 정책 롤아웃과 관측
새 한도는 소수 트래픽으로 카나리를 돌려 보고 지표로 의도대로 동작하는지 확인합니다. “지속 속도(rps)”와 “버스트 한도”는 별도 스위치로 관리하면 운영 중에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대시보드에는 429 비율을 테넌트·엔드포인트별로, 대기열 길이와 지연을 시간대별로, 백엔드 p95·에러율을 함께 배치합니다. 429가 급증했을 때는 키 설계가 문제인지(정상 사용자 오인 차단) 실제 과부하인지 로그·트레이스와 교차로 확인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습니다.
8) 보안·악성 트래픽 방어와의 결합
레이트리밋은 WAF·봇 방어와 한몸처럼 움직여야 효과가 큽니다. 의심 트래픽에는 낮은 버스트 한도를 자동 적용하고, 액세스 토큰에 테넌트·플랜 정보를 담아 게이트웨이 단계에서 즉시 판정합니다. 공개 API는 서명 파라미터나 허용 오리진을 사용해 증폭 공격을 차단합니다. 이렇게 보안 점수를 요금제/한도 체계와 결합하면 악성 요청은 자연히 외곽으로 밀리고, 정상 요청은 더 넓은 대역을 배정받습니다.
9) 설정 예시(개념)
가장 단순한 시작점은 초당 60rps에 버스트 120의 토큰 버킷을 두고, 분당 1,200의 슬라이딩 윈도우를 덧대는 구성입니다. 쓰기 API는 토큰을 3개 소모하도록 가중치를 부여하고, 버스트 허용치도 읽기보다 보수적으로 잡습니다. 파트너 티어는 기본의 두 배 한도와 조금 더 높은 429 허용률을 부여해 계약상의 SLO를 맞춥니다. 429 응답에는 Retry-After: 2 같은 구체적인 재시도 시점을 실어 클라이언트가 즉시 회복 행동을 취하도록 돕습니다.
10) 체크리스트(바로 적용)
도입 순서는 단순합니다. 먼저 키 설계를 테넌트·앱·사용자·엔드포인트로 나누고, 비용 큰 호출엔 가중치를 부여합니다. 그다음 토큰 버킷 + 슬라이딩 윈도우를 겹치고, 웜업·스무딩 큐·서킷브레이커로 버스트 제어를 완성합니다. 429 응답에는 Retry-After와 잔여 한도 헤더를 포함하고, SDK에 재시도 정책을 내장합니다. 마지막으로 429·대기열·p95·상위 남용 키를 한 화면에 모은 대시보드와 카나리 롤아웃 절차를 고정하면 매일의 운영이 쉬워집니다.
11) 자주 묻는 질문(FAQ)
공정성 관점에서는 IP보다 사용자/테넌트 기준이 우선이며, 공개 엔드포인트만 IP를 보조로 씁니다. 버스트를 아예 막는 것은 안전해 보이지만 사용자 체감이 급격히 나빠지고, 작은 피크에서도 429가 남발됩니다. 따라서 짧은 파동은 흡수하고 지속 과다는 제한하는 것이 현실적인 균형입니다. 한도는 백엔드 용량에서 역산해 지속 속도를 먼저 정하고, 그 1.5~2배로 버스트 한도를 시작한 뒤 실제 데이터로 미세 조정하는 방식이 가장 예측 가능합니다.
마무리
레이트리밋/버스트 제어의 목적은 차단이 아니라 질서 있는 공존입니다. 올바른 키 설계와 적절한 알고리즘 조합, 부드러운 버스트 흡수, 설명 가능한 429 UX, 그리고 촘촘한 관측이 맞물리면 정상 사용자는 신뢰를 느끼고, 시스템은 피크 순간에도 안정적으로 버틴다는 확신을 줍니다. 작은 카나리로 시작해 지표를 보며 조정하세요. 서비스는 더 예측 가능해지고, 비용과 장애 리스크는 동시에 내려갑니다.